Har Shalom Editorial
הר שלום · Peace Mountain

하브루타

혼자 읽지 않는 책 유대교의 전통적인 학습 공간인 예시바에 들어서면 조용한 도서관을 떠올린 사람은 당황하게 됩니다. 수백 명이 둘씩 짝을 지어 큰 소리로 떠들고 논쟁하기 때문입니다. 이 떠들썩한 공부 방식을 하브루타(chavruta)라고 부릅니다. 텍스트를 혼자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짝과 마주 앉아 따지고 반박하며 읽는 방법입니다. 짝을 지어 논쟁한다 하브루타의 기본 단위는 두 사람입니다. 셋 이상이 … Read more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의 율법 : 코셔

코셔는 요리 스타일이 아니다 코셔(kosher)라는 말은 한국에서도 종종 들리지만, 특정한 요리 방식이나 건강식을 가리키는 말로 오해되곤 합니다. 코셔는 “적합하다”는 뜻의 히브리어에서 왔고, 무엇을 먹을 수 있고 그 음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유대 율법 전체를 가리킵니다. 이 율법 체계의 이름이 카슈루트(kashrut)입니다. 중국 음식이든 멕시코 음식이든 규정에 맞게 만들면 코셔가 되고, 전통적인 유대 음식이라도 규정을 어기면 … Read more

테필린: 팔과 이마에 묶는 말씀의 상자

아침마다 몸에 감는 가죽끈 정통파 유대인의 아침 기도 장면을 보면, 검은 가죽 상자를 팔과 이마에 묶고 긴 끈을 팔뚝에 일곱 번 감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상자와 끈 한 벌을 테필린(tefillin)이라고 부릅니다. 영어로는 흔히 phylactery라 옮기지만, 이는 “부적”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라 본래 의미와는 어긋난 번역입니다. 테필린은 액운을 막는 물건이 아니라, 몸에 직접 말씀을 … Read more

게마트리아의 셈법

히브리어에는 따로 숫자가 없었다 고대 히브리어에는 아라비아 숫자 같은 별도의 수 기호가 없었습니다. 대신 알파벳 글자 하나하나가 숫자를 겸했습니다. 스물두 개의 글자가 문자인 동시에 수였던 것입니다. 이 이중성에서 게마트리아(gematria)라는 독특한 셈법이자 해석법이 자라났습니다. 계산하는 방식 게마트리아라는 말 자체는 “기하학”을 뜻하는 그리스어 게오메트리아에서 왔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각 글자에 정해진 수치를 부여하고, 단어를 이루는 글자들의 값을 더해 … Read more

유대 달력은 왜 매년 어긋나 보일까

명절이 해마다 자리를 옮기는 까닭 유월절이나 하누카의 날짜를 그레고리력으로 확인해 보면 해마다 며칠씩 앞뒤로 움직입니다. 어떤 해에는 3월에, 어떤 해에는 4월에 유월절이 오는 식입니다. 들쭉날쭉해 보이는 이 움직임에는 사실 정교한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유대 달력이 태양만 따르는 그레고리력과는 다른 원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달과 해를 함께 따르는 구조 유대 달력은 태음태양력입니다. 한 달의 길이는 달이 차고 … Read more

자선이 아니라 정의, 체다카

자선이라는 번역이 놓치는 것 체다카(tzedakah)는 보통 한국어로 “자선”이나 “기부”로 옮겨집니다.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이 단어가 유대 전통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떠올리면 절반만 전한 셈입니다. 영어의 charity가 베푸는 자의 너그러움을 강조한다면, 체다카는 그 결이 사뭇 다릅니다. 무게중심이 주는 사람의 선의가 아니라 다른 곳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어근이 가리키는 방향 체다카는 “정의” 또는 “올바름”을 뜻하는 히브리어 어근 … Read more

히브리어 어근

단어가 뿌리에서 자라난다 히브리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모음이 거의 적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낯섦의 정체를 알고 나면 오히려 언어의 뼈대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히브리어 단어의 대부분은 세 개의 자음으로 이루어진 어근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이 어근을 쇼레쉬(shoresh)라고 부르는데, 히브리어로 “뿌리”라는 뜻입니다. 스물두 글자의 알파벳이 자음 중심으로 짜여 있는 것도 이 구조와 직접 … Read more

메주자, 문설주에 붙은 작은 두루마리

문설주에 손을 대는 사람들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현관 오른쪽 문틀에 비스듬히 붙은 작은 케이스를 자주 보게 됩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거기에 손가락을 살짝 대고 그 손에 입을 맞추는 장면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물건이 메주자(mezuzah)입니다. 히브리어로 메주자는 본래 “문설주” 자체를 가리키는 단어였지만, 지금은 문설주에 부착하는 그 물건을 부르는 이름으로 굳어졌습니다. 이름이 자리에서 물건으로 옮겨 간 … Read more

소리가 판단을 흔드는 순간

유대교에서 소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쇼파르(양 뿔 나팔)의 울림은 욤 키푸르의 시작을 알리고, 즈미롯의 선율은 샤바트 식탁의 분위기를 감싸며, 토라 낭독의 억양 기호(트롭)는 경전 읽기에 감정의 결을 입힙니다. 소리가 의례의 뼈대가 되는 전통에서 출발하면, 소리가 사람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확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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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랄에서 알고리즘까지: 우연을 대하는 유대적 시선

히브리어 “고랄(Goral)”은 제비뽑기를 뜻합니다. 성경에서 토지를 분배할 때, 속죄일에 두 마리 염소의 운명을 정할 때, 그리고 요나가 배에서 지목될 때 쓰인 이 단어는 우연과 신의 뜻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결과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그것이 고랄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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