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 Shalom Editorial
הר שלום · Peace Mountain

하브루타

혼자 읽지 않는 책

유대교의 전통적인 학습 공간인 예시바에 들어서면 조용한 도서관을 떠올린 사람은 당황하게 됩니다. 수백 명이 둘씩 짝을 지어 큰 소리로 떠들고 논쟁하기 때문입니다. 이 떠들썩한 공부 방식을 하브루타(chavruta)라고 부릅니다. 텍스트를 혼자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짝과 마주 앉아 따지고 반박하며 읽는 방법입니다.

짝을 지어 논쟁한다

하브루타의 기본 단위는 두 사람입니다. 셋 이상이 모이면 하부라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릅니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끼리 짝을 이뤄, 한 구절을 놓고 한 사람이 주장하면 다른 사람이 반박하고, 다시 입장을 바꿔 가며 텍스트의 의미를 파고듭니다.

친구라는 말에서 온 이름

하브루타는 “친구”를 뜻하는 아람어 단어에서 나왔습니다. 공부 상대가 곧 친구라는 발상이 이름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탈무드는 혼자 공부하는 사람을 경계하며, 둘이 마주할 때 비로소 서로의 생각이 날카롭게 벼려진다고 말합니다. “두 학자가 서로를 날카롭게 다듬는다”는 문장이 그 정신을 압축합니다.

소리 내어 부딪치기

이 방식의 핵심은 입 밖으로 꺼내는 데 있습니다. 자기 생각을 상대에게 설명하려면 머릿속의 막연한 이해를 또렷한 말로 바꿔야 하고, 그 과정에서 빈틈이 드러납니다. 상대의 반박은 그 빈틈을 메우거나 무너뜨립니다. 우연과 확률을 따지는 유대적 사고의 한 단면이 그렇듯, 결론을 미리 정해 두지 않고 부딪침 속에서 길을 찾는 태도가 깔려 있습니다.

탈무드라는 토론의 기록

하브루타가 주로 다루는 텍스트가 탈무드입니다. 탈무드 자체가 이미 수백 년에 걸친 랍비들의 토론을 기록한 책이라, 읽는 방식도 그 토론을 재연하는 형태가 된 것입니다. 정답이 한 줄로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견해가 나란히 실리고 그 사이의 긴장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open gemara

미슈나와 게마라

탈무드는 한 권의 단일한 책이 아니라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래층은 미슈나로, 구전으로 전해지던 율법을 2세기 말에 간결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그 위층은 게마라로, 이 미슈나를 놓고 후대의 랍비들이 펼친 길고 자유로운 토론을 담고 있습니다. 미슈나가 결론이라면 게마라는 그 결론에 이르는 논쟁의 과정인 셈입니다.

바빌로니아와 예루살렘

게마라는 두 곳에서 따로 엮였습니다. 하나는 갈릴리 지역에서 정리된 예루살렘 탈무드이고, 다른 하나는 바빌로니아의 학원에서 엮인 바빌로니아 탈무드입니다. 둘 가운데 분량이 훨씬 방대하고 후대에 더 큰 권위를 갖게 된 쪽은 바빌로니아 탈무드입니다. 같은 미슈나를 두고도 두 공동체가 서로 다른 토론을 남긴 것입니다.

여백까지 대화인 페이지

탈무드의 한 페이지는 가운데에 본문이 있고, 그 둘레를 후대 주석가들의 해설이 겹겹이 둘러싼 형태로 짜여 있습니다. 수백 년 시차를 둔 학자들이 한 지면 위에서 대화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히브리 문자로 빼곡한 이 지면 자체가, 공부란 시대를 가로지른 대화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 줍니다.

끝나지 않는 주석

토론은 게마라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중세의 라시를 비롯한 주석가들이 본문 옆에 해설을 달았고, 그 해설에 다시 반론을 붙인 후대의 주석이 또 그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탈무드를 펼치면 한 가지 주제를 둘러싼 천 년 넘는 대화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텍스트가 닫히지 않고 계속 열려 있는 구조입니다. 하브루타의 역사와 방식은 위키피디아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답보다 질문

오늘날에는 다프 요미라 불리는 공동 학습도 널리 퍼져 있습니다. 전 세계의 학습자가 매일 탈무드 한 장씩을 같은 진도로 읽어, 약 7년 반이면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방식입니다.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같은 페이지를 동시에 펼친다는 점에서, 짝을 넘어 공동체 전체로 넓혀진 하브루타라 할 만합니다.

하브루타가 겨냥하는 것은 빠른 정답이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을 더 날카롭게 벼리고, 한 텍스트를 여러 각도에서 비춰 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짝과 의견이 갈리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공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이 방법이 최근 종교 바깥의 교육 현장에서도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짝 학습으로서의 하브루타에 관한 더 깊은 논의는 My Jewish Learning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