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 Shalom Editorial
הר שלום · Peace Mountain

쇼파르 : 새해 아침을 여는 뿔나팔 소리

일 년에 한 번 울리는 뿔

rosh hashanah

유대 신년인 로쉬 하샤나의 아침, 회당에서는 길고 구부러진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이 악기가 쇼파르(shofar)입니다. 새해를 맞아 반드시 들어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계명이 바로 이 쇼파르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토라가 로쉬 하샤나를 “나팔 소리의 날”이라 부를 만큼, 이 소리는 명절 전체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양의 뿔로 만든 악기

쇼파르는 금속이 아니라 동물의 뿔로 만듭니다. 가장 흔한 것은 숫양의 뿔인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 대신 바칠 숫양을 발견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새해 아침의 뿔 소리는 그 오래된 장면을 해마다 다시 불러냅니다.

코셔 동물의 뿔

아무 뿔이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코셔로 인정되는 동물의 뿔이어야 하고, 속이 빈 관 형태여야 합니다. 그래서 소의 뿔은 제외됩니다. 속을 비우고 다듬어 입김을 불어넣으면,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거친 소리가 납니다. 정교한 선율이 아니라 원초적인 울음에 가까운 소리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로쉬 하샤나의 핵심 의례

로쉬 하샤나는 가을, 유대력 티슈레이 달의 첫날에 옵니다. 태음태양력의 구조 때문에 그레고리력으로는 해마다 9월과 10월 사이를 오갑니다. 이틀에 걸쳐 지내며, 두 날 아침마다 쇼파르를 불어야 합니다. 다만 그날이 안식일과 겹치면 쇼파르는 불지 않습니다.

사실 쇼파르 소리는 새해 당일에야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 앞선 엘룰 달 내내 회당에서는 평일 아침마다 쇼파르를 짧게 불어, 다가오는 심판의 날을 준비하라는 신호로 삼습니다. 한 달 동안 매일 듣는 그 소리가 마음을 미리 가다듬게 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 소리

쇼파르 소리는 아무렇게나 부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패턴이 있습니다. 길게 한 번 뻗는 테키아, 짧게 끊어 부는 셰바림, 더 잘게 떠는 테루아로 나뉘고, 각각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끊어지고 떨리는 소리는 흐느낌이나 통곡에 비유되곤 합니다. 쇼파르를 부는 일의 의미는 Chabad.org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백 번의 울림

여러 패턴을 정해진 순서로 겹쳐 불다 보면, 하루에 듣는 쇼파르 소리는 모두 백 번에 이릅니다. 어떤 형태의 소리가 토라가 명한 “나팔 소리”에 정확히 해당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갈렸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빠짐없이 채우려고 여러 소리를 두루 부는 것입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도 한 번이 아니라 거듭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두려움의 열흘이 시작된다

로쉬 하샤나는 그 자체로 끝나는 명절이 아니라, 가장 엄숙한 시기의 문을 여는 날입니다. 이날부터 속죄일인 욤 키푸르까지 이어지는 열흘을 “두려움의 날들”이라 부릅니다. 전통은 이 기간에 신이 모든 사람의 한 해 운명을 생명의 책에 기록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쇼파르 소리는 축하인 동시에, 지난 일을 돌아보고 바로잡으라는 진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 시기 “좋은 해가 되도록 기록되시기를”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사과와 꿀, 둥근 빵

식탁에도 새해의 바람이 담깁니다. 사과를 꿀에 찍어 먹으며 달콤한 한 해를 빌고, 평소의 길쭉한 안식일 빵과 달리 이날은 둥근 빵을 올려 한 해가 끊김 없이 둥글게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석류처럼 씨가 많은 과일을 올려, 선행이 그 씨의 수만큼 많기를 바라는 가정도 있습니다. 먹는 음식 하나하나가 바람의 언어가 되는 셈입니다.

물가로 나가 죄를 던지다

명절 오후에는 타슐리크라는 관습을 행하기도 합니다. 강이나 바다 같은 물가로 나가 주머니의 빵 부스러기를 물에 털어 넣으며, 지난 한 해의 잘못을 흘려보낸다는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추상적인 회개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동작으로 옮긴 것으로, 쇼파르가 귀로 듣는 의례라면 타슐리크는 몸으로 행하는 의례라 할 수 있습니다.

소리가 부르는 것

쇼파르 소리는 왕의 즉위식에서 울리는 나팔에 비유되어, 신을 한 해의 왕으로 다시 모신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동시에 잠든 영혼을 깨우는 경종, 곧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뉘우치라는 부름으로도 받아들여집니다. 로쉬 하샤나가 “심판의 날”로 불리는 만큼, 이 소리는 소리와 판단이 맞닿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명절 전체의 의미와 관습은 브리태니커의 Rosh Hashanah 항목에서 더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