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 Shalom Editorial
הר שלום · Peace Mountain

게마트리아의 셈법

히브리어에는 따로 숫자가 없었다

고대 히브리어에는 아라비아 숫자 같은 별도의 수 기호가 없었습니다. 대신 알파벳 글자 하나하나가 숫자를 겸했습니다. 스물두 개의 글자가 문자인 동시에 수였던 것입니다. 이 이중성에서 게마트리아(gematria)라는 독특한 셈법이자 해석법이 자라났습니다.

계산하는 방식

게마트리아라는 말 자체는 “기하학”을 뜻하는 그리스어 게오메트리아에서 왔습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각 글자에 정해진 수치를 부여하고, 단어를 이루는 글자들의 값을 더해 그 단어의 수치를 구하는 것입니다. 문자를 셈의 단위로 바꾸는 순간, 단어는 읽는 대상인 동시에 더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여러 계산 방식과 그 역사는 My Jewish Learning이 갈래별로 소개해 두었습니다.

알레프는 1, 베트는 2

kabbalah symbols

첫 글자 알레프는 1, 둘째 글자 베트는 2를 가집니다. 앞쪽 열 글자는 1부터 10까지, 그다음 여덟 글자는 20부터 90까지 10단위로, 마지막 네 글자는 100, 200, 300, 400을 맡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뜻하는 아브(אב)는 알레프(1)와 베트(2)를 더해 3이라는 값을 갖습니다. 글자의 순서가 그대로 수의 체계로 옮겨진 구조입니다.

값이 같으면 연결된다

게마트리아의 핵심 전제는 두 단어의 수치가 같다면 그 사이에 우연이 아닌 어떤 연결이 숨어 있다는 믿음입니다. 겉으로는 무관해 보이는 두 단어가 같은 숫자로 묶이는 순간, 해석자는 그 둘을 이어 새로운 의미를 길어 올립니다. 표면의 글자 아래에 수의 그물이 한 겹 더 깔려 있다고 보는 셈입니다.

숫자가 드러내는 연결

사다리와 시나이

고전적인 예가 있습니다. 야곱이 꿈에서 본 사다리를 뜻하는 히브리어 술람(sullam)의 수치는 130입니다. 그런데 모세가 율법을 받은 산 시나이(Sinai)의 수치도 130으로 똑같습니다. 중세의 해석자들은 이 일치를 두고, 인간이 하늘에 닿는 사다리가 곧 시나이에서 주어진 율법이라는 의미를 끌어냈습니다. 숫자의 우연한 일치가 신학적 해석의 발판이 된 것입니다. 이 사례는 브리태니커의 gematria 항목에서도 대표적으로 소개됩니다.

18이라는 숫자, 생명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생명”을 뜻하는 하이(chai)입니다. 이 단어를 이루는 두 글자의 값을 더하면 18이 됩니다. 그래서 유대 문화에서 18은 생명을 상징하는 길한 숫자로 통하고, 기부나 축의금을 18이나 그 배수로 맞추는 관습이 지금도 이어집니다. 추상적인 셈법이 일상의 관습으로 내려앉은 드문 예입니다.

셈법은 한 가지가 아니다

지금까지 다룬 것은 글자 값을 그대로 더하는 기본 방식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러 변형이 함께 쓰였고, 같은 단어라도 어떤 셈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수치가 나옵니다. 해석의 여지가 그만큼 넓어지는 셈입니다.

작은 수와 채움값

미스파르 카탄은 10이나 100 단위를 떼어내고 한 자리로 줄여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값이 30인 글자는 3으로, 200인 글자는 2로 봅니다. 반대로 미스파르 밀루이는 글자 이름 전체의 철자를 풀어서 더합니다. 알레프라는 글자 하나를 그 이름대로 세 글자로 적어 값을 모두 합치면 111이 되는 식입니다. 같은 글자가 문맥에 따라 1로도, 111로도 읽히는 것입니다.

글자를 뒤집는 아트바시

아트바시는 알파벳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 둘째와 끝에서 둘째를 짝지어 맞바꾸는 치환 방식입니다. 첫 글자 알레프는 마지막 글자 타브와, 둘째 베트는 끝에서 둘째 신과 자리를 바꿉니다. 이름 자체가 이 네 글자를 따서 붙은 것입니다. 예레미야서에는 바벨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트바시로 가려진 채 적혔다고 보는 해석이 전해집니다. 셈법이 때로는 암호의 기능까지 겸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신비주의인가 말놀이인가

게마트리아는 카발라라 불리는 유대 신비주의 전통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신이 히브리 글자와 그 수치의 힘으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우주관이 그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글자로 빚은 골렘

이 세계관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골렘 전설입니다. 이른 시기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 「세페르 예치라」, 곧 창조의 서는 신이 히브리 글자들을 조합해 세상을 지었다고 말합니다. 후대의 전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글자의 힘을 빌리면 흙으로 빚은 형상에도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16세기 프라하의 랍비 유다 뢰브, 곧 마하랄이 진흙으로 골렘을 만들어 이마에 진리를 뜻하는 글자를 새겨 움직이게 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글자가 곧 생명의 작동 원리라는 믿음이 설화의 형태로 굳은 것입니다.

반면 이를 두고 숫자를 가지고 노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 학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연한 일치를 신의 뜻으로 읽을 것인가, 한낱 우연으로 둘 것인가 하는 판단의 문제는 게마트리아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똑같이 갈립니다. 글자에 수치를 매기는 구체적인 셈법은 Chabad.org에서 표와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